top of page

인사동 안녕. 오동나무집

전시 마지막 날 7시가 되자 여기저기 흩어져 손님을 맞고 저녁을 때우던 ‘공간주’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긴 얘기는 필요 없었다. 건물이 문을 닫는 10시까지 정리를 마쳐야했다. (이번 전시가 열린 ‘인사1길 컬처스페이스’ 내 ‘일주차’는 원래 9시 30분 마감이지만 매니저님 이하 직원들은 전시 준비 기간 그리고 전시 기간 동안 연장근무를 무릅쓰면서 전체 건물 마감 시간인 10시까지 우리가 공간을 사용을 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었다. 두 명은 전시 메인홀과 안쪽의 ‘이야기방’을 나머지 두 명은 부엌과 1층 매대를 맡기로 했다. 설치한 작품을 걷어내고 유리창에 받았던 방명록을 사진으로 대신 남기고 지웠다. 수납장에 진열해놓았던 상품들을 회사별로 분류하고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컵을 부엌 안쪽에서 꺼내놓았다. 한쪽에 몰아놓은 테이블과 의자를 제자리에 두고 방석 하나하나까지 각 색깔의 위치를 기억해 꼼꼼하게 매달았다. 전시를 시작하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공간주 시작과 마지막

<공간주 마지막 그리고 시작의 우리>

김재현 작가

이정옥 단장

<공간의 주인은 모두>

행사 뒷정리를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렇게까지 다녀간 흔적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간의 주인은 모두”라는 ‘공간주’의 뜻이 그러하듯 우리가 얼마 동안 빌려 쓴 공간은 우리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 공간을 내어준 관계자들과 와서 참여해준 관객들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주’의 역할은 우리가 애정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 사라지지 않도록 존재를 널리 알리고 그를 통해 온 사람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들 나름대로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성황리에 끝난 <오동나무집> 전시 덕에 ‘인사1길’ 공간 기획을 계속 맡아달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다음 팀(들)에게 그 기회를 넘기고 또 다른 빈집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공간 기획과는 별도로 <오동나무집> 전시에 참여한 소셜벤처 ‘비어스웨딩’은 ‘인사1길’과 스몰웨딩 장소 계약 협의중이다.)

<오동나무와 승동교회>

전시를 시작하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려놓고 나자 처음 ‘인사1길’ 갔을 때의 풍경이 생각났다. 친구가 알려준 곳으로, 뒤늦게 가보았을 때는 개관전인 <팅가팅가>전이 끝나 휑하니 비어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넓은 건물과 마당에는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인사동 초입이라는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구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것 같았다. 가구공장이 확장해감에 따라 서로 다른 건물 세 동이 합쳐진 모습도 흥미로웠고 별관을 마주하고 난 마당과 오동나무 고목도 바로 몇 발자국 밖 도심의 번잡함을 잊게 했다. 아담한 뒷문 뒤로 3.1 운동의 중요한 현장 중 하나였던 승동교회의 부속 건물 한옥과 최첨단 기술로 지어진 종로타워가 겹쳐보였다. 분주한 현대인에게, 뻔한 관광 상품만 보고 돌아가는 관광객에게 이 고요와 중첩된 시간과 그 시간을 살다간 이곳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것이 고여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재로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오동나무집 전시 준비중

오동나무집 오승희작가,비어스웨딩 김평화매니저, 윤나라 팀장님

실리빌리 이지형대표 익선동 근처 마트에서 사온 감자씻기

1일 헬퍼 오로라&김재현작가

공간주 오프닝 시그니쳐 엄마표 매생이전&새로 산 부르스타

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기획한 것이 <오동나무집> 전시이다. 서울 최고 중심에 “주변적 가치”를 지향하는 소셜 벤처 청년들을 불러 모았다.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기업들인 만큼 인사동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쳤던 숨은 이야기와 의미를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을 하고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것은 뿌리와 가지를 구분할 수 없는 나무 영상 등 전시와 매 저녁 마다 있었던 행사-오프닝 네트워킹 파티, 골목 사진 및 인사동 사람 이야기, 공간주 담소, 소셜 벤처 대표들의 이야기전-로 잘 구현되었다.

뿌리와 가지를 구분할 수 없는 나무 영상_김재현

준비 완료

<03.07 오프닝 날 & 준비한 전 2시간만에 매진 & 막걸리 20통 흡수>

<1층 소셜벤쳐가 상품판매 진열과 멍냥공방 대표님 상주 , 이날만큼은 신지연대표님 1층 소셜벤쳐가 판매매니저>

<익선동 꽃길팀 출동 (사랑합니다.)>

<이대일작가 오프닝 퍼포먼스>

<03.08 둘째날 저녁, 지역 이야기전>

<살맛나는 골목세상 김란기 골목대장>

<북촌문화연구소 은정태소장>

<03.09 셋째날 저녁, 공간주 소담 & 다양한 작가님들과 함께>

<프로젝트 ㄱ 대표님들 출동>

<내츄럴 마마~~오늘의 활력소 등장>

<03.10 넷째날 저녁, 파이널 소셜벤쳐 대표님과 여기 모인 사람들 이야기전>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

<체부동에서 오신 남정네들 & 이날만큼은 오동나무집 바텐더들>

크래프트링크

에이드런

아이따

전시를 다 철거하고 나자 빨랫줄과 집게가 남았다. 서로의 연결을 나타내는 설치미술작품을 이루는 재료는 사실 근처 을지로 상가에서 구한 생활용품이었던 것이다. 서계동 빈집 전시에서 근처 전통시장인 만리시장에서 떡을 사서 돌린 것처럼 공간과 맥락 없는 활동을 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것을 퍼뜨리고 싶었다. 10시가 되자 신데렐라의 자정처럼 호박마차의 마법은 사라졌다. 뒤늦게 소문을 듣고 ‘공간주’를 찾아 ‘인사1길’에 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 ‘공간주’를 소개하면 흥미롭다며,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지만, 부러 찾은 길이 헛걸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간주’의 생각은 다르다. 그 공간을 책임지는 이들과 찾는 이들이 더 재미난 일을 할 수 있게 씨앗을 심고 그것이 더 널리 퍼질 수 있게 옮겨 다니는 것이다. 다음 씨앗을 품을 집은 어디일까. 홈페이지의 소식란을 주시해주길 바란다.

<03.11 오동나무 집 사람들 이야기. 여기, 모인, 사람들....안녕.>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