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날부터 <만들자’연’>의 아이디어가 세 명의 청년으로부터 시작되어 공간주와 만들어졌습니다. 추석 전 주부터 진행된 <만들자’연’>은 프로그램은 이제 10월을 맞이해 두세 차례의 수업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반 이상을 달려온 시점에서 세 명의 청년은 “왜 너희들은 익선동에서 연을 띄우고자 하니?”라는 근본적 물음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프로그램의 기획, 구상단계에서 그들이 조명하고자 하는 '인연의 가치'와 진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경험한 ‘인연’은 또 다른 깊이가 되었습니다. ‘인연의 가치’는 우리가 해온 시간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쌓이며 익선동에서 경험했던 각자의 시선이 담긴 기록이자 발자취를 나누고자합니다.
___경지

가장 첫 시작은 <만들자’연'>팀원들과의 만남이다. 지난여름, 문화 예술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과 삶을 환기시키겠다는 목적의식에 따라 실무교육이 강화된 아트 에이전트 양성과정의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기획안 작성 연습을 하기 위한 팀 프로젝트에서 진실님과 유진님을 만나게 된다. 지난 6월에 진행된 이익희 작가님의 캘리그래피 전시 후속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자는 진실 님의 제안으로 익선동 소통방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공간주 단장님을 만나게 된다. 종이 한 장 없이 생각만 가지고 간 팀원들은 단장님과의 만남 후에 기획안 작성을 위한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을 느꼈다. 머리를 식히며 말을 이어가던 중에 ’인연‘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게 된다.
2018년 여름에 ’인연‘이라니 사실 끌어내기에는 고리타분하다 여길 수 있는 말이지만 그만큼 낯설어져 버린 단어이기에 우리는 참여 프로그램에 ’인연‘을 녹여내게 된다. 오랫동안 이어온 이익희 작가님과 소통 방지기 선생님의 인연 거기에 덧붙여진 공간주 단장님의 인연 그리고 진실님을 다리로 이어진 우리와의 인연은 사실 하나하나를 ’우연‘으로 본다면 새삼 놀라운 ’인연‘이다. 그 인연들은 익선동 소통방에 쌓여져 왔고 새로운 인연들을 위해 우리는 시간을 쌓아갔다.
9월 18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리는 5명의 사람들 그리고 이익희 작가님과 시간을 보내왔다. 지인을 데려와서 옥상에서 익선동의 밤야경과 소통방의 고즈넉함을 자랑하기도 하고 수업시간에는 작가님의 글씨 솜씨를 손뼉 치며 함께 나의 사람들과 연을 또 쌓아갔다. 마치 나의 집에 손님을 초대한 것처럼 들떠서 말이다. 사진기를 못 내려놓을 만큼 신기했던 익선동은 나에게는 익숙해졌지만 오래된 연인같이 익숙해져서 더욱 편안하였고 보라색 슬리퍼를 신고 익선동 거리를 활보하는 소통방 손님이 아닌 소통방 사람이 되었다.
SNS 홍보를 진행하면서 소통방의 아름다움을 계속 담아내고 그것을 공유하는 데에 힘을 쏟으면서 매일 체험 때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제는 소통방의 공간뿐 아니라 그 시간의 즐거움까지 공유하고 싶어서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도 담아내려고 하는 중이다. 이제는 ’아쉬움‘이 생기고 있어서 시간을 남겨내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기록인 것 같다. 중간 발자취가 어쩌면 이런 아쉬움에 가장 따뜻해져있는 마음 상태를 풀어내는 좋은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___유진

연을 만들며 인연 또한 쌓고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가진 <만들자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 즉 '인연'이라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같은 공간이지만 누구와, 몇 명과 함께 있느냐에 따라 그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화, 분위기와 행동들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매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날마다 다른 소통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때마다의 새로운 대화들과 생각들은 우리들을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하였다.
또, 동일한 사람들과 지속적인 만남과 소통은 우리들을 정들게 한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정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사만 나눴던 분들과 점차 한, 두 마디를 나누고 나중에는 그 한, 두 마디가 대화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뜻을 품고 함께하고자 한 무언가를 이뤄나가고 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익선동 소통방'이라는 장소에도 이제는 애틋한 감정이 든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익선동은 옛날의 그저 놀러 오기만 했던 장소인 익선동이 아닌 소통방에서의 기억과 추억이 공존하는 장소가 되었다. 소통방의 대문을 지나면 풍겨오는 특유의 옛 향과 좁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 공간이 곧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끝이 올 때까지 더 따뜻한 기억을 쌓고 쌓아 비록 소통방이 사라져도 이 장소에 좋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 이 공간과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소통방만의 풍경과 정감을 오래도록 추억하게 될 것이다.
___진실

‘익선동’과 나의 인연은 공간주 단장님을 통해 시작되었다. 분주한 상가들로 채워진 익선동 거리에서 화려한 치장 없이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는 ‘익선동 소통방’ 한 켠에 공간주 임시 사무실이 있었다. 공간주 단장님을 만나러 종종 소통방을 들리곤 했는데, 이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소통방지기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지난 6월에 공간주가 진행했던 전시 <이리오너라 캘리>를 준비하면서 주민작가이신 이익희 선생님과의 인연도 트게 되었다.
인연의 힘이란 게 참 신비롭게도, 익선동 소통방에서 공간주 주최의 <이리오너라 캘리> 이후 무엇을 진행해볼지 고민하는 와중에 기획자 양성 수업에서 유진, 경지님을 만나게 되었다. 두 분은 지역, 공동체, 문화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사람을 만나며 무엇인가 실행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긴 고민 끝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옷깃이 스치는 익선동에서 인연을 가치를 말해보고자 <만들자’연’>을 공간주와 기획하게 되었다.
<만들자’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공간주 단장님, 소통방 선생님, 작가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제는 ‘우리’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각자의 위치와 의견을 가진 개인들이지만 익선동 소통방안에서는 히어로들이 뭉친 어벤져스팀처럼 서로를 돕기 위해 몸과 마음을 쓰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누군가에겐 연인과의 데이트의 장소, 친구와의 모임 장소가 될 수 있는 익선동은 나에게 '우리의 장소'이다. 누구와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것을 펼칠 수 있는 실현의 장소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은 신비롭고 소중하다. 익선동 소통방은 이제 곧 다른 장소로 이전하게 되지만 지금 쌓아온 사람들의 추억은 간직될 것이다. <만들자’연’>의 작은 발걸음과 자취가 우리의 인연이 될 미래의 누군가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지금의 연이 가까운 미래까지 오랫동안 닿길 기약하며...
세 명의 청년은 익선동 소통방에서 만나게 된 인연에 대하여 ‘아쉬움', ‘정', ‘애틋함', ‘신비로움' 그리고 ‘우리'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그들이 <만들자’연’>을 통해 기획안의 종이 밖에서 몸소 경험하고 마주한 사실은 ‘인연’에는 헤어짐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는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별의 아쉬움은 인연의 가치를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그런 아쉬움으로 작은 추억들을 기록하면서 기억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나아가, 이런 자취들과 애틋함의 감정들이 우리의 마음들을 다시 움직이고 훗날의 인연을 도모하게 되는 씨앗이 되지 않을까...생각해봅니다.

2018.10.15
글쓴이_경지.유진.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