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을 떠나며: 소통방에서 연을 띄운 사람들

공간주 이정옥입니다.

2018.11.09를 마지막으로 공간주는 익선동 둥지를 떠납니다.

익선동에서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내 집처럼 편안하게 왔다갔다한 공간주의 소중한 공간 중 한곳이 되었습니다.

공간이란 것이 크던 작던 위치를 떠나 참으로 아름다운 일들을 내어주는 것 같습니다.

딱 1평공간이였던 공간주사무실에서 스쳐가는 수십명의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습니다.

원예골목만들기,이리오너라캘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들자'연'으로 귀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이 인연因緣들은,

공간주의 모든 공간共間에서 오래도록 이어나갈 것입니다.

익선동에서 함께한 세명의 청년들과의 경험들 공유합니다.

<만들자연>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던 때의 청량했던 가을이 지나가고, 이제는 초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모두가 아쉬운 마음을 가진 채 익선동을 떠나지만, 우리에게는 2달간의 추억이 쌓였고 서로에게 베풀어준 마음 덕에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이제 소통방은 그때 그 자리를 더 지킬 수 없게 되었으나,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마음 한 편에 영원히 그때의 모습이 간직질 것이다. <만들자연>이 시작되는 오후 6시 30분부터 끝나는 7시 30분까지. 노을 지는 시간에 익선동 소통방에서 연을 띄워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여다 보았다.

첫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던 날에 오셨던 승우 씨와 Lyly는 이익희 선생님께 실용서예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힘차게 멋진 글씨들을 써 내려갔다. 특히 외국인이었던 Lyly는 먹과 한지에 생소해 하였고 타지에서의 색다르고 뜻깊은 추억이 되어 즐거웠다고 전했다.

"소박한 장소에서 그 분위기에 집중할 때의 고요함이 좋았습니다.

루프탑에서 좀 더 떠들다 오고 싶었던 마음도 들었네요." -하승우

"글씨에는 자신의 성격이 나타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좋았어요." -Lyly

다음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었던 지현 씨는 선생님을 놀라게 할 정도로 글씨에 재능이 있는 분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하실 만큼 글씨에 집중하셨던 모습이 선하다. 본 글씨를 쓰기 전에 정말 많은 연습을 하고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연과 캘리봉투를 완성했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수업을 재미있게 즐겼네요. 예쁜 장소에서 힐링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문지현

다음으로 소통방을 찾아온 승미 씨는 익숙한 장소인 익선동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놀라워했다.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옛날 한옥 특유의 분위기에서 글씨를 썼던 일이 멋진 추억이 되었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붓글씨를 쓴다며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본인의 글씨와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캘리그라피의 요소를 섞어 점점 멋진 글씨를 써 내려갔다.

"적당한 시간안에 연습하고 실습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선생님께서 원하는 캘리그라피 문구를 직접 써주셔서 의미가 있었네요." -한승미

마지막 수업이 있었던 10월 말에는 조금은 쌀쌀했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현경 씨, 문영 씨 그리고 덕선 씨와 함께 익선동 소통방을 따뜻하게 채웠다. 세분과 함께한 시간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글씨도 써 내려갔던 가득하였지만, 선생님과의 ‘필묵 캘리그라피’에 대한 이야기꽃이 가장 가득 피었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글씨뿐만 아니라 쓰고자 하는 문구를 고르는 순간에도 진지함을 다했던 세분은 자신의 결심과 바람을 연과 봉투에 써 내려갔다.

"선생님과 함께 체험하고 설명을 들으며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질문도 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익선동 내의 맛집과 카페만 찾아보던 나에게 만들자’연’ 통하여 익선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주어졌던 한 시간이 안에 내가 원하는 문구를 잘 쓸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선생님의 설명과 연습을 통하여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문구 생각할 때 어떤 글귀가 나에게 더 잘 어울리는지 생각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요." -김현경

“연습을 열심히 하고 실전에서 ‘연’에다 글씨를 못 써서 속상한 마음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작가님이 멋있는 글씨를 써주셔서 좋았습니다. 글귀로는 가족의 안녕을 소망하는 글귀를 써주셨는데 너무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아름다운 글씨여서 집에 붙여두었더니 계속 눈길이 갑니다.” -양덕선

“생각 없이 적어 내려가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읽었던 책의 글귀들을 떠올리며 평소 좋아하는 문구를 많이 썼는데, 덕분에 연습지 3~4장을 금방 써 내려간 것 같네요. 익선동 소통방의 분위기 덕분인지 고요하게 집중하며 써내려가서 편안하였던 시간이었습니다.” -방문영

함께 익선동 소통방에서 ‘연’을 띄웠던 열 명 남짓의 소중한 인연들.

그들은 소통방을 나서면서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수업 시간을 통해 나눴던 ‘이야기’를 안고 가기도 하였다. 참여자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또한 기대하지 못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익숙한 것의 새로움’이다.

‘새로움’은 익숙한 인연이 있는 수업 속에 있었다. 참여자 중 우리의 가족이나 오래 못 봤던 친구들이 소통방에 찾아오곤 했다. 일상 안에서의 모습이 아닌 익선동 소통방안에서 글씨를 써 내려가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종이에 표현하는 문구들에서 평소 알지 못하였던 지인들의 마음이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각자의 상황과 위치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는 마음,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북돋고자 하는 마음을 글귀로 표현했다. 어찌 보면 <만들자연>에서 우리가 조명하고자 했던 ‘인연의 가치’가 새로움과 가능성으로 확장된 것 같다.

<만들자’연’>은 익선동 소통방을 지켜왔던 이들과 새로이 소통방을 찾아온 우리의 인연, 그리고 소통방이란 공간을 경험한 인연들이 함께 만들었다. ‘인연’을 형용하여 말할 수 없어도 느껴진 감정들이 마음에 담겨있음을 느낀다. 익선동 소통방에서 만난 인연들을 마음에 담고 우리는 어딘가에서 다시 한번 ‘연’을 함께 띄울 것이다.

2018.11.10 유진, 경지, 진실